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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ri
아라리






2021년 6월 19일.


긴 축도를 마치고 우리는 북실로 돌아갔다.
나는 내내 정선아리랑을 흥얼거렸다.
할머니는 평생의 북실도 잊었을까.
이상하고 슬프게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같은 병을 앓았다.
둘은 온전치 않은 기억력에 의지하여, 잊혀진 먼 곳의 사랑을 찾으셨던 것 같다.
정선의 높은 산골짜기를 오르듯 굽이굽이 고개 너머 최초의 사랑을 찾는 일.
아무것도 아무런 이름이 없는 곳의 사랑.
아라리요.

북실주공아파트에는 모든 것들이 온전히 있었다.
깨끗한 전자레인지, 새 전기밥솥, 할머니가 쓰던 샴푸, 머리맡 예수님 말씀도.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가족들은 북실리 집에 있는 사진첩들을 하나씩 챙겼다.

죽은 사람들과 산사람들이 영원히 함께 모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