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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e inattendue
예기치 못한 기쁨



2019 - 2020 


표면이 오염된 필름으로 마르세유 앞바다를 찍었다. 마침 기억과 망각이 어떤 프로세스를 가진 것일까 연구하던 중에, 나는 필름 사진의 프로세스 중 일어난 이 사고와 오류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 도중 혹은 현상 중에 맞닥뜨릴 수 있는 장애물은 아주 여러가지다. 햇빛 세례, 기계의 고장, 먼지 혹은 잘못 처리된 용액 등. 그리고 이런 장애물들이 프로세스 중에 끼어들고 나면 결과물은 때로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변형되어 있었다. 오염된 필름으로 찍은 마르세유 앞바다는 완전히 다른 색깔과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기억이 하는 일이 이 과정과도 비슷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발견으로부터 시작하여, 나는 필름 사진의 프로세스(기억 프로세스)를 더 적극적으로 조작해보기로 했다. 

1. 촬영 / 필름 현상 중 우연히 일어나는 사고를 발견하기.
2. 고장 난 카메라를 사용하기.
3. 고의적으로 사고와 오류를 일으키는 실험하기. 

크게는 이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해서 작업을 이어가지만, 가장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것은 역시 세 번째 방법이다. 간단한 실험이다. 현상 과정에서 온도를 조정하는 등, 네거티브 필름을 직접적으로 다른 액체에 담가 손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실험은 주로 마르세유 우리집에서 이루어졌다. 먹다 남은 와인과 레몬즙, 우유 등에 네거티브 필름을 담갔다가 말린다. 이 변형된 필름을 가지고 촬영을 하는 것이다.

이 사고 조작 레시피는, 순전히 고의이기는 했지만, 결국 최종적인 이미지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색깔과 형태로 나타났다. 이는 사진과 회화 사이의 행위, 조작과 사고, 인식과 놀람이라는 전혀 다른 작용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결과물이자, 놀이가 되었다. 어쩌면 완전한 실패의 결과물이지만, 실패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즐거움이 결국엔 작업을 이어가게 하는 이야기의 중심이자, 동력이 되었다.

이미 담긴 장면 위에 가능한 모든 새로운 내러티브가 다시 생성된다. 디테일은 완전히 삭제되기도 하고, 안개 속에 인물이나 사물이 뒤덮여버리기도 하고, 곰팡이 혹은 바이러스, 미지의 형상이 보이는 때도 있다. 변형된 이 이미지들을 보고 있자면, 태초의 장면이 어땠는지 상상할 수도 없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안에서 모호한 친밀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변주와 변형은 계속해서 새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하고, 태초의 이미지-셔터를 누르던 순간-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와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은 망각의 형태다. 경계가 없는 사이들. 

기억하는 것과 잊혀진 것들 사이에서 발견하는 예기치 못한 기쁨.